사후세계는 어떤 곳인가
죽음, 그리고 영원히 산다는 것
"사람은 죽지 않는다
영혼과 육체가 분리될 뿐"
◇ 클림트 作 ‘삶과 죽음’. 영성학자 스베덴보리는 “사람은 죽은 뒤에도 전과 하나도 다른 바 없이 사람으로 살아간다”고 주장한다.
스베덴보리는 지상에서 알고 지내던 사람과 영계에서 교류하는 시간을 자주 가졌습니다.
그중 몇명과는 며칠간, 몇몇과는 몇달간, 혹은 몇년간 만남이 계속 되었습니다.
스베덴보리에 따르면 지상의 삶을 마감한지 얼마 되지 않는 이들은 대부분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을 실감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영계에서 자신이 죽기 전과 같은 상태, 즉 살아 있음을 발견하고서는 기쁨에 넘쳐 어쩔줄 몰라 합니다.
그러면서 그들은 사후의 삶에 대해 그토록 무지하고 눈먼상태로 살아왔다는 것에 대해 안타까워 합니다.
특히 교회에 다닌 사람들은 이 문제에 대해 세상의 그 누구보다 더 훤히 알고 있어야 마땅한데도 자기들이 그런 무지와 맹목적 신앙 속에서 살아온 것에 대해 굉장히 놀라워한다고 스베덴보리는 밝히고 있습니다.
스베덴보리는 죽은지 이틀째 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들은 그동안 영계에 대해 무지했던 것을 안타까워 하면서 지상의 가족에게 영계의 실상을 전해 줄 것을 스베덴보리에게
간곡히 부탁했습니다.
“그들에게 지금 당신들을 땅에 묻기 위해 장례식과 하관식을 하고 있다고 말했더니, 이 세상에서 육체적 기능을 위해 몸으로 사용되던 것을 벗어버리는 것은 당연하다고 하면서, 나에게 자기들은 죽지 않았고 전과 똑같이 살아있으며, 단지 한 세상에서 다른 세상으로 옮겨왔을 뿐이라고, 또 잃어버린 것 없이 세상에서와 마찬가지로 몸과 오감, 사고력과 의지, 생각과 애정, 감각과 욕구가 그대로 있다고 전해 달라고 부탁했다.”
영계의 실상을 가족들에게 만이라도 분명히 깨닫게 해 달라는 하소연입니다.
지상에 있을 때 영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준비를 했다면 이렇게 당황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영인들은 안타까워한다는 것입니다.
◇영혼은 살아있다
스베덴보리는 인간의 육신을 움직이는 것은 영혼이며, 영혼은 죽지않고 사후의 세계에서 영원히 산다는 것을 여러 사례를
들어 증거하고 있습니다.
그는 “깊이 생각하는 사람은 생각의 주체가 육신이 아님을 알 수 있을 것”이라면서 “생각하는 것은 영적 존재인 영혼이며,
영을 이루는 모든 존재는 죽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육신 안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이성적 활동은 영혼에 속한 것이지 몸에 속한 것이 아니다. 자연계의 모든 것은 물질로 되어있고 그 자체로는 생명력이 없다. 생명이 있는 것은 오직 영적인 것이기 때문에 사람 안의 생명있는 모든 것은 그의 영이라고 볼 수 있다.
몸은 영에 의해 사용될 뿐이다. 마치 사람의 힘으로 도구를 사용하는 것과 같다. 물론 도구들이 움직이고 내리친다고 말할 수는 있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그것을 쓰는 사람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도구 자체가 움직이는 것이라고 한다면 잘못된 말일 것이다.”
결국 그는 “사람은 본질적으로 영이며 사람에게 덧입혀진 육체는 자연적 물질계에서 활동하기 위한 영의 도구이지 실제의 그가 아니다”면서, 따라서 사람은 죽은 뒤에도 전과 하나도 다를 바 없이 사람으로 살아간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사람의 몸이 그 영의 생각과 애정에 상응하는 육체적 기능을 이 세상에서 더이상 발휘하지 못하게 되면, 즉 폐의 호흡과 심장의 박동이 그치면, 사람은 죽는다고들 한다. 그러나 사람은 죽지 않는다. 단지 이 세상에 살 때 필요했던 육체에서 분리되었을 뿐, 사람 자체는 계속 사는 것이다.
사람이 계속 산다고 하는 것은, 몸 때문이 아니라 그의 영 때문이다. 사람 안에서 그의 영이 생각하는 것이며, 생각과 애정이 사람을 이루는 것이다. 사람이 죽는다는 것은 단지 사람이 한 세상에서 다른 세상으로 건너가는 것 뿐이다.”
그는 “사람의 영혼이 몸을 벗은 후에도 여전히 사람이고 사람의 모습을 갖고 있다는 것을 여러 해 동안 매일의 경험으로 내게 입증되었다. 그 모습을 보고 그들의 얘기를 들은 것이 천 번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모든 것이 그대로 옮겨진다
스베덴보리는 사람이 죽어서 자연계에서 영계로 갈 때 물질적인 육신을 제외하고 자기의 모든 것, 즉 사람을 이루고 있는 모든 것을 가지고 간다는 것은 다방면의 경험으로 입증된 사실이라고 강조합니다. 사람이 영계, 즉 사후생활에 들어가면 이 세상에서처럼 몸을 입고 있기 때문에 전과 다른 점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영인은 세상에서 사용하던 내적 외적 모든 감각을 사용한다. 전처럼 보고 듣고 말하고 냄새맡고 맛보며 만질 때 촉감을 느낀다. 또한 전처럼 바라고 원하고 갈망하며 생각하고 성찰하고 감동하고 사랑한다. 학문을 사랑한 사람들은 전처럼 독서하고 저술한다. 한마디로 이 삶에서 저 삶으로, 즉 이 세상에서 저 세상으로 가는 것은 한 장소에서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과 같다.
이 때 사람으로서 지니고 있던 모든 것을 그대로 가지고 가는 것이다. 따라서 죽음은 단순히 세상 육신의 죽음일 뿐이므로 그가 지닌 것을 죽음으로 인해서 하나도 잃었다고 할 수 없다.”
지상의 모습이 고스란히 영계로 이전되기 때문에 지상의 삶에 대한 평가도 그대로 내려지게 된다는 것입니다. 특히 영계는 모든 것이 투명하고 질서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어느 하나 숨길 수도 없습니다.
여기서 심판이란 말과 천국과 지옥의 문제가 자연스럽게 불거져 나오게 됩니다.
심판이란 하나님이 하시는 것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 하는 것이며, 하나님이 악인을 지옥으로 보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찾아 간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사람의 사후 모습은 그가 내적으로 신적 진리를 사랑하고 그 진리에 따라 산 정도만큼 더 아름답다는 점이다. 사람의 내면은 그의 사랑과 생활에 따라 열리고 형성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의 애정이 더 내적일수록 더 천국같이 되고 따라서 그 얼굴도 더 아름다운 것이다.”
영계에서 아름답다거나 추하다는 것은 지상에서 삶을 선하게 살았느냐, 악하게 살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이 스베덴 보리의 주장입니다. 선하게 산 사람은 아름다운 모습으로 보이지만 반대로 지상에서 악한 일을 많이 했다면 사후의 모습은 추해 보인다는 논리가 성립됩니다.
천국이 아름다운 것은 법과 질서를 지키면서 남을 위해 아름다운 삶을 산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기 때문 입니다.
그래서 자신의 잘못 때문에 천국에서 고통받기 보다는 마음 편한 지옥을 찾아간다는 것이 스베덴보리의 주장입니다.
따라서 지상생활은 천국인의 기본소양을 갖추고 영혼을 아름답게 가꾸는 훈련장이라는 점에서 너무나 소중한 기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권오문 세계일보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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