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5월 6일 목요일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 - 예시 돈덴 <아름다운 내용 아름다운 문장>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 - 예시 돈덴 글
2004/12/22 11:05
http://blog.naver.com/leemkh/8614372
예시 돈덴
병원 현관의 게시판에 공고문이 나붙었다.
‘예시 돈덴이 7월 10일 오전 여섯시에 시범 진료를 실시합니다.’
그 아래에 세부적인 사항들이 적혀 있고, 끝으로 이런 설명이 붙어 있었다.
‘예시 돈덴은 달라이 라마(티벳의 종교 및 정치 지도자)의 개인 주치의입니
다,’
나는 히말라야의 신들이 보낸 명의를 고의적으로 무시할 만큼 대단한 회의론
자는 아니다. 그런 냉소적인 태도는 세속에서의 행복에도 방해가 될 뿐 아니라,
영원에 관한 문제에도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
그래서 7월 10일 아침에 나는 시범 진료가 있기로 한 병동으로 갔다. 병동에
딸린 작은 회의실에 병아리떼처럼 흰 가운을 입은 의사들이 모여 있었다. 다들
숨기고 있었지만, 속임수를 쓸지도 모르는 동양에서 온 수상쩍은 의사에 대한
불신과 의혹으로 방 안 공기가 무거웠다.
정확히 여섯시가 되자 그가 모습을 나타냈다. 키가 작고, 구릿빛 얼굴에다, 땅
딸막한 체구의 남자였다. 소매가 없는 노란색과 자주색 승복을 입고 있었다. 머
리는 삭발을 했으며, 얼굴에 난 털이라곤 두꺼운 눈꺼풀 위에 난 희미한 눈썹이
전부였다.
그와 동행한 젊은 통역자가 소개를 하는 동안 그는 두 손을 합장하고 인사를
했다. 그러곤 설명이 이어졌다. 예시 돈덴은 우리 병원의 의료진들이 선정한 환
자 한 명을 진료하기로 되어 있었다. 우리는 이미 그 환자의 증세와 병명을 알
고 있었지만 예시 돈덴에게는 그것이 비밀로 부쳐져 있었다. 환자에 대한 시범
진료는 우리가 지켜보는 가운데 행해질 것이고, 진료가 끝나면 우리는 다시 회
의실에 모여 예시 돈덴으로부터 환자의 증상에 대한 진단을 듣기로 되어 있었
다.
또한 설명에 따르면, 예시 돈덴은 벙원에 오기 전 두 시간 동안 목욕재계와
금식과 기도를 통해 자신의 영혼을 정결히 했다는 것이었다. 나는 아침을 잘 먹
었을 뿐 아니라 늘 하던대로 허둥지둥 세수를 한 것이 고작이었으며, 내 영혼에
대해선 아무런 생각도 없었다. 나는 곁눈질로 동료 의사들을 바라보았다. 갑자기
우리들 자신이 추하고 천한 꼴이 되어 버린셈이었다.
환자는 아침 일찍 일어나서 기다리고 있었다. 외국인 의사에게 진찰을 받으
리라는 걸 미리 전달받은 상태였다. 그리고 소변검사를 할 수 있도록 소변을 받
아 놓으라는 지시도 내려졌다. 그래서 우리가 병실로 들어갔을 때 그 여성 환자
는 별로 놀라는 기색이 아니었다. 그녀는 만성병 환자들이 흔히 그렇듯이 순종
하고 포기하는 얼굴 표정을 터득한 지 이미 오래였다. 이번 역시 그녀에겐 끝없
이 계속되는 실험 진단과 검진의 하나에 불과했다.
예시 돈덴은 환자의 침대 곁으로 다가가고, 나머지 우리는 조금 떨어져서 그
를 지켜보기 시작했다. 그는 한참 동안 아무말 없이 그 여성 환자를 응시했다.
특별히 그녀의 신체 부위 어느 곳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다만 반듯이
누워 있는 환자 위쪽의 어느 공간에 시선을 고정시킨 듯했다. 나 역시 그녀를
관찰했다. 그녀의 병명을 알려 줄 만한 어떤 신체적인 특징이나 명백한 증상 같
은 건 없었다.
마침내 예시 돈덴은 환자의 한쪽 손을 잡아 자기 손 안으로 가져갔다. 이제
그는 잔뜩 웅크린 듯한 자세로 침대 위에 몸을 구부렸다. 그의 머리는 승복의
옷깃 속으로 쑥 움츠러들었다. 그런 자세로 그는 환자의 맥박을 짚기 시작했다.
그러는 동안 그의 두 눈은 지그시 감겨져 있었다.
그는 한순간 만에 그녀의 맥박을 찾았으며, 그 후 30분 동안 그런 상태로 환
자 위에 웅크리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어떤 이국적인 황금빛 새가 날개를 접고
환자 위에 웅크리고 있는 것과 같았다. 그는 그녀의 손을 요람에 넣듯이 자기
손안에 품고서 그녀의 맥박 위에 손가락을 얹고 있었다. 그의 모든 기가 그 한
가지 목적에 집중되어 있었다. 맥을 짚는 행위가 하나의 종교의식처럼 느껴졌다.
내가 서 있는 침대 발치에서 바라보니 그 순간 두 사람은 마치 어떤 특정한 장
소로 멀리 떠나 있는 듯했다. 그리고 그 장소 주위에는 우리가 침범할 수 없는
한없이 고요한 공간이 가로놓여 있었다.
환자는 베개를 베고 누워 있었다. 이따금 그녀는 고개를 들어 자기 위에 웅크
리고 있는 기이한 형체를 바라보고는 다시 베개 위로 몸을 눕혔다. 내 눈에는
두 사람의 손이 보이지 않았다. 그들의 손은 두 사람만의 친밀한 교감 속에서
하나로 묶여 있었으며, 그의 손가락 끝은 그녀의 손목에서 전해지는 심장 고동
과 리듬을 통해 그녀의 병든 신체의 목소리를 듣고 있었다.
그 순간 나는 질투심이 일었다. 그에 대한 질투심이 아니라, 아름다움과 거룩
함을 지닌 예시 돈덴에 대한 질투심이 아니라, 그 여성 환자에 대한 질투심이었
다. 나도 그녀처럼 그 자리에 누워서 완전히 수용적인 자세로 그에게 맥을 짚어
보이고 싶었다. 그리고 난 알았다. 지금까지 나는 수만 번이나 환자의 맥을 짚어
왔지만 단 한 번도 제대로 맥박을 느껴 본 적이 없다는 걸.
마침내 예시 돈덴은 몸을 일으키고 환자의 손을 부드럽게 침대 위에 내려놓았
다. 통역자가 작은 나무 주발과 젓가락 두짝을 꺼냈다. 예시 돈덴은 주발에다 환
자의 소변을 붓더니 두 젓가락으로 휘젓기 시작했다. 그는 이것을 소변에서 거
품이 일 때까지 수분 동안 계속했다. 그런 다음 주발에 얼굴을 묻고 세 차례에
걸쳐 깊이 냄새를 맡았다. 그는 주발을 내려놓고 병실을 나서기 위해 몸을 돌렸
다. 그때까지 그는 단 한마디의 말도 하지 않았다.
그가 병실 문 근처까지 갔을 때, 그 여성 환자가 고개를 쳐들더니 다급하지만
평온한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그녀는 말했다.
“고맙습니다, 의사 선생님.”
그녀는 그렇게 말하면서 예시 돈덴이 맥을 짚었던 손목을 어루만졌다. 마치
그곳에 잠깐 머물렀던 어떤 소중한 것을 다시 붙잡으려는 듯이.
예시 돈덴은 고개를 돌려 잠깐 동안 그녀를 응시하고는 복도로 걸어나갔다.
그렇게 해서 시범 진료는 끝이 났다.
우리는 다시 회의실에 모여 앉았다. 마침내 예시 돈덴이 처음으로 입을 열었
다. 내가 한 번도 들어 본 적이 없는 부드러운 티벳어였다. 그가 말을 시작하자
뒤이어 젊은 통역자가 통역을 시작했다. 마치 두 마리의 말이 달리듯이 두 개의
목소리가 나란히 달려나갔다. 한 목소리에 다른 목소리가 곧바로 이어지는 동시
통역의 협주곡이었다. 그것은 마치 수도승들의 염불 소리와도 같았다.
예시 돈덴은 그 여성 환자의 몸 속을 돌아다니고 있는 바람에 대해 말하기 시
작했다. 소용돌이치는 거센 바람이 신체 내의 각 부분에 있는 중요한 칸막이들
을 무너뜨리면서 환자의 몸 속을 돌아다닌다는 것이었다. 이 회오리바람은 환자
의 혈관 속에 들어가 있다고 그는 말했다. 맨 마지막으로 그것은 불완전한 심장
을 강타했다고 했다. 그녀가 태어나기 아주 오래 전에, 심장의 방들 속으로 바람
이 불어 들어가 꼭 닫혀 있어야 할 수문 하나를 열어젖혔다. 그 열린 문을 통해
마치 봄철에 산의 계곡물이 폭포가 되어 넘쳐흘러 논밭을 덮치듯, 그녀의 몸 전
체에 강물이 범람해서는 호흡을 잠식해 버렸다는 것이었다.
여기까지 말을 마치자 예시 돈덴은 침묵에 잠겼다.
교수 한 명이 질문을 했다.
“그럼 이제 최종적으로 병명을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시범 진료의 주인공이자 진정한 앎에 도달해 있는 예시 돈덴이 말했다.
“선천성 심장병입니다. 심장 판막의 결손과, 그것으로 인해 생겨난 심장 쇠약
입니다.”
심장의 수문이라... 나는 생각했다. 그것은 열려서는 안된다. 그런데 그것이 열
리는 바람에 그 수문을 통해 물이 범람해 들어가서 그녀의 호흡을 잠식해 버렸
다. 그랬구나! 이 동양 의사는 우리 모두가 귀머거리처럼 듣지 못하고 있는 신체
의 소리를 듣고 있었다. 그는 의사가 아니라 성직자였다.
나는 안다. 신들이 내려보낸 의사는 순결한 지식, 순결한 치료 그 자체라는
걸. 하지만 인간이 만든 의사는 자꾸만 걸려 넘어지고, 자꾸만 상처를 입힌다.
그가 죽어야 하듯이 그의 환자들도 죽을 수밖에 없다.
그 이후 나는 환자들을 진료할 때마다 자주 예시 돈덴의 목소리를 듣곤 한다.
오래 전에 그 의미는 잊어버렸지만, 고대 불교의 기도문처럼 그 음악만이 내 귀
에 남아 있다. 그러면 어떤 환희 같은 것이 나를 사로잡고, 내 자신이 어떤 신성
한 손길에 의해 어루만져지는 느낌이 든다.
- 리처드 셀쩌
Yeshi Donden
a story about Yeshi Donden...
Yeshi Donden was the long-time personal physician to HH the Dalai Lama. In this story, he visits a US hospital.
"I join the clutch of whitecoats waiting in the small conference room adjacent to the ward selected for the rounds. Yeshi Dhonden, we are told , will examine a patient selected by a member of the staff. The diagnosis is unknown to Yeshi Dhonden as it is to us. We are further informed that for the past two hours Yeshi Dhonden has purified himself by bathing, by fasting, and prayer. I, having breakfasted well, performed only the desultory of ablutions, and given no thought at all to my soul, glance furtively at my fellows. Suddenly we seem a soiled, uncouth lot.
The patient had been awakened early and told that she was to be examined by a foreign doctor, and had been asked to produce a fresh specimen of urine, so when we enter her room, the woman shows no surprise...
Yeshi Dhonden steps to the bedside while the rest stand apart, watching. For a long time he gazes at the woman, favoring no part of her body with his eyes, but seeming to fix his glance at a place just above her supine form. I, too, study her. No physical sign or obvious symptom gives a clue to the nature of her disease. At last he takes her hand, raising it in both of her own. Now he bends over the bed in kind of a crouching stance, his head drawn down into the collar of his robe. His eyes are closed as he feels for her pulse. In a moment he has found the spot, and for the next half hour he remains thus, suspended above the patient like some exotic bird with folded wings, holding the pulse of the woman beneath his fingers, cradling her hand in his. All the power of the man seems to have been drawn down into this one purpose. It is palpitation of the pulse raised to the state of ritual.
I cannot see their hands joined in a correspondence that is exclusive, intimate, his fingertips receiving the voice of her sick body through the rhythm and throb she offers at her wrist. All at once I am envious- not of him but of her. I want to be held like that, touched so, received. And I know that I who have palpated a hundred thousand pulses, have not felt a single one.
At last Yeshi Dhonden straightens, gently places the woman's hand upon the bed, and steps back. The interpreter produces a small wooden bowl and two sticks. Yeshi Dhonden pours a potion of the urine specimen into the bowl and proceeds to whip the liquid with two sticks. This he does for several minutes until a foam is raised. Then, bowing above the bowl, he inhales the odor three times. He sets down the bowl and turns to leave. All this while he has not uttered a word. As he nears the door, the woman raises her head and calls out to him. "Thank you doctor," she says, and touches with her other hand the place he had held on her wrist. Yeshi Dhonden turns back for a moment to gaze at her, then steps into the corridor. Rounds are at an end.
We are seated once more in the conference room. Yeshi Dhonden speaks now for the first time. He speaks of winds coursing through the body of the woman, currents that break against barriers, eddying. These vortices are in her blood, he says. The last spendings of an imperfect heart. Between the chambers of her heart, long long before she was born, a wind had come and blown open a deep gate that must never be opened. Through it charge the full waters of her river, as the mountain stream cascades in the springtime, battering, knocking loose the land, and flooding herbreath. Thus he speaks and is now silent..."
The host of the rounds speaks, with the diagnosis he has known: "Congenital heart disease, interventricular septal defect, with resultant heart failure."
from Mortal Lessons, a book by surgeon, Dr. Richard Selzer
posted by scottlloyd at 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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